연결재무제표 읽는 4대 포인트
경제일반 2013. 1. 13. 15:54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 226곳(코스피 163곳, 코스닥 63곳)이 30일까지 1분기 감사보고서 공시를 마쳤다. 지난 16일 1400여 기업이 개별(또는 별도)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이날 연결 실적이 공시되면서 IFRS 첫해 1분기 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가 모두 공개됐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 등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종속회사를 둔 기업들은 연결이 기본 재무제표라 투자자 처지에선 해석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공시된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짚어봐야 할 4대 포인트를 짚어본다.
① PER 계산때 순이익 기준은?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분기보고서의 11번째 '재무제표 등' 항목을 보면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와 (별도)포괄손익계산서 등 2개의 손익계산서가 나온다.
기업가치 평가의 대표 지표인 PER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순이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선 만도의 정확한 재무적인 실체를 보려면 자회사를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별도가 아닌 연결 포괄손익계산서를 봐야 한다.
그런데 연결 포괄손익계산서를 보면 순이익이 여러 종류다. 분기순이익 588억원을 시작으로 분기총포괄손익 548억원, 분기순이익 중 지배기업의 소유주 지분 570억원, 비지배지분 17억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성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 과장은 "분기총포괄손익은 이전 대차대조표상 자본조정 항목을 손익계산서상에 보여준 것으로 분기순이익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재무제표에 표시된 주당순이익(EPS) 3137원은 만도가 보유한 종속회사나 관계회사 지분만큼만 고려해 계산한 것으로 향후 연간 기준으로 PER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기업 분석의 일관성을 갖기 위해선 분기 순이익 가운데 지배기업의 소유주 지분(570억원)만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자회사는 종속회사? 관계회사? 연결 대상에 포함된 자회사가 어느 곳인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자회사를 종속회사로 분류했는지, 관계회사로 분류했는지에 따라 실적이 확 바뀌기 때문이다. 자회사 지분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으면 해당 자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이 돼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내부 거래는 이중 계산이 되지 않도록 없애기 때문에 단순 합산이 된 건 아니다. 그러나 50% 이하 자회사 가운데에는 연결 대상으로 포함된 경우도 있고, 단순히 지분법으로 순이익에만 적용되는 관계회사에 포함되는 기업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LG전자의 분기보고서 세 번째 '재무에 관한 사항'의 나를 보면 '연결 대상 회사의 변동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모두 114개사가 연결에 포함됐고 작년 동기에 비해 변화된 내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이노텍과 그 종속기업은 지난해 4월 연결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기술돼 있다. "LG전자의 해외 판매 및 생산 종속기업 104개사가 연결대상에 포함됐다"는 내용도 있다. 연결대상에 포함된 104개 해외법인은 공시 문서 상단 첨부 파일의 '분기연결 검토보고서'를 열면 상세히 기술돼 있다. 특히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분류하느냐, 종속회사로 분류하는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뒤바뀌기 때문에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③ 별도 재무제표는 무의미한 정보? 이날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는 모두 8개의 재무제표가 있다. 연결과 별도 기준으로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등 4개의 재무제표가 있다. 재무상태표는 이전에 대차대조표라고 불리는 자산과 부채ㆍ자본 상태를 보여주는 재무제표다. 재무분석과 기업가치 평가는 연결 기준으로 따진다. 그럼 별도 재무제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날 공시한 STX조선해양의 연결포괄손익계산서상의 매출액은 2조3038억원, 당기순이익은 232억원이다. 그런데 (별도)포괄손익계산서상의 매출액은 9440억원, 당기순이익은 709억원이다. 주석을 보면 STX조선해양의 연결 대상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65개(국내 4개, 나머지는 국외)다. STX조선해양의 자회사 가운데 5개는 지분법 대상으로 순이익에만 실적이 반영된다.
별도 손익계산서에는 자회사의 실적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지분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순수하게 STX조선해양이 어떤 실적을 거뒀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별도와 연결을 비교해 보면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모회사의 영향 때문인지, 자회사의 영향 때문인지 파악할 수 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모회사인 STX조선해양의 별도 당기순이익이 연결로 넓히니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종속회사의 실적 부진이 모회사의 실적을 훼손한 것이다.
④ 비교가능한 투자지표 어디까지인가? 이날 연결 분기보고서를 낸 기업들은 지난해 1분기 실적도 IFRS로 회계기준을 바뀐 실적을 비교대상으로 함께 내놨다.
영원무역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66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매출액 1025억원보다 60% 이상 늘었다. 영원무역이 회계기준을 바꾸기 전인 지난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은 962억원으로 돼 있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해외 현지법인 매출이 잡힌 덕분에 매출액이 늘어나게 됐다.
올해 첫 IFRS 분기보고서를 낸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은 IFRS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이들 기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닌 전년 대비 실적 증가율을 따지는 건 불가능하다. 자칫 한국회계기준(K-GAAP)으로 작성한 지난해 분기 보고서와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올해가 IFRS 첫 적용인 만큼 최소한 내년은 돼야 전년 동기 또는 전기 대비 실적을 자유롭게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그때까지 실적을 비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또 동종 업종이라도 세부 회계기준 적용 방식이 다른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같은 정유ㆍ화학업종이라도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의 영업이익률 등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면 오류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는 "A보다 B가 낫다"는 식의 비교는 점점 어려워진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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