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사회일반 2012. 9. 9. 23:10

<출처:중앙일보>

 

“많은 한국 고교생은 무척 열심히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학습 방식이 생소한 탓인지 처음엔 당황해하는 것 같다. 작문 시간에 일정한 주제만 던져주고 본인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 꽤 충격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늘 무엇을,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쓰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받아왔던 것 같다.”

미국 동부의 명문 웨슬리언대의 테리 오버튼(사진) 입학 부처장은 25일 이렇게 말하면서 한국의 예비 유학생들을 위해 “영어라면 더 좋겠지만, 한국어로라도 자신의 논리를 세우는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이 대학은 전교생이 29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윌리엄스·앰허스트대 등과 함께 ‘리틀 아이비리그’로 꼽히는, 작지만 강한 학부 중심 대학이다. 오버튼 부처장의 주임무는 신입생,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출신 학생들의 선발이다. 그래서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고 했다. 한국의 특수목적고 이름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는 “전교생 중 20% 정도인 500여 명이 외국인인데, 한국계가 가장 많고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입학한 학생은 25명”이라고 밝혔다.

- 한국 고교 졸업생들이 창의적인 학습 방식에 익숙지 않아 힘들어하는 근본 이유는.

“창의적인 에세이를 쓰려면 특정 사안이나 사물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이런 기회를 박탈한 것 같다. 한국에 가봤더니 고교생들이 밤 11~12시까지 공부하고는 겨우 몇 시간 잔 뒤 다시 학원으로 향하더라. 이래서는 학생들이 너무 피곤해져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수 없다. 물론 시험 보는 요령을 배우고 많은 것을 달달 외워서 시험 점수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교육 시스템으로는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능력을 얻을 수 없다.”

-한국 유학생들의 입학 사정 시 받은 인상은.

“한국 고교에서 막바로 온 유학생 중에서도 AP(Advanced Placement: 대학 학점 사전 이수제) 과목을 끝내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P 과목은 다른 일반 과목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관련서적을 읽은 뒤 사안들을 비교분석하고 논문도 써야 한다. AP 과목들을 몇 개씩 듣는 한국 고교생들이 잘 따라했는지 의문이다.”

-한국 학생들의 또 다른 어려움은.

“부모들의 희망과 자신의 꿈이 배치될 때 몹시 힘들어했다. 한 학생은 입학 후 음악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걸로 확인됐지만 그의 부모는 계속 그가 경제학자로 성공하길 바랐다. 학교 측은 이럴 때 복수전공을 택하라고 권한다. 한 과목은 부모를, 다른 과목은 본인을 위해서다.”(웃음)

미들타운(코넷티컷)=남정호 특파원
사진=뉴욕지사 강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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